카페 뤼미에르


대만 여행에서 돌아온 요코.
부모님께 자신의 임신 사실을 덤덤하게 알린다.
대만의 남자친구와는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한다.
지금은 식사중.
딸에게 무언가 말을 하고 싶은 아버지.
걱정스런 얼굴로 정작 딸에게 하는 말은
‘맛있니?’
전철 소리를 녹음하는 것이 취미인 하지메.
요코를 좋아하지만 그저 주변을 맴돌 뿐이다.
복잡한 동경의 지하철.
낯선 그 풍경이
도착과 출발이 반복되는 스크린 속에서
어느새 일상처럼 느껴진다.
그 속에서 누군가를 만날수도 있고 그냥 스쳐 지나갈 수도 있다.
전철로 갈 수 있는 수많은 길들이 있지만
오늘도 어제 가던 그 길에 또 다시 몸을 싣는 게,
그런 게 일상 아닐까.
카페 뤼미에르 포스터

영화를 보고 집으로 가는 전철은 이전에 늘 타오던 것과는 다른 전철이었다. 전철의 승객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과 고민들을 가지고 있는 영화의 주인공들이었고, 책이나 신문을 보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하고 꾸벅꾸벅 졸기도 하지만 모두 나름대로 내면 연기에 몰두 중이었다. 집에 와서 부모님과 함께 한 저녁식사는 그날따라 더 맛있고 분위기는 더없이 따스했다. 학교 일을 걱정하시는 어머니에게 알아서 할 거라고 볼멘소리를 하는 나는 어느새 요코의 연기를 하고 있었다.
영화가 나의 삶에 다가와 나에게 새로운 배역을 맡겨 줄 때, 그 영화는 나에게 단순한 영상 이상의 의미를 지닌 존재가 되고,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여운을 남긴다.
(2005.11.22)

카페 뤼미에르
하이퍼텍나다 | 서울 종로구 | 2005-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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