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4일 (토) – 오사카


12시쯤 간사이공항에 도착해서 전철을 타고
민박집이 있는 니폰바시역으로 향했다.
전철 창밖으로 지나가는, 우리나라와 닮은 듯 다른 풍경들이
여행 첫날의 설레임을 더욱 더 크게 만드는 것 같았다.
결국 환승역에서 전철을 갈아타지 않고
역 밖으로 나와서 동네를 한바퀴 돌았다.
덴가차야
– 덴가차야역 근처
그때는 작은 동네길까지 깔려있는 아스팔트길이나
우리랑 다르게 생긴 신호등까지 눈에 들어왔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일본 거리가 눈에 익어서 동네 거리를 걷듯이 익숙하게 걸어다니게 된 것 같다.
일본에 머무르는 5일 중에서 4일은 간사이쓰루패스와 카이유칸+1일프리패스를 사용하기로 했고
나머지 하루는 전철 티켓을 끊으면서 다니기로 했는데
그 날을 도착한 첫째날로 잡았다.
그래서 첫째날은 최대한 교통비를 아껴서
공항에서 숙소까지만 교통비를 사용하고
나머지는 걸어서 오사카 시내를 구경하기로 했다.
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짐을 내려놓고 숙소 근처의 지도만 들고 길을 나섰다.
여행가기 전에 동생하고 계획을 짜면서 둘 다
도장 찍으러 다니듯 정신없이 유적지나 유명한 곳을 돌아다니기보다는
일본 사람들이 생활하는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가기 전에 가장 기대했던 곳이 먹을거리, 볼거리가 많다는 도톰보리였다.
도톰보리
– 도톰보리강 앞에서
그런데 막상 와서 본 도톰보리 거리는 기대만큼 감흥을 주지 못했다.
도톰보리 구경만으로도 오후시간을 다 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우리는 한두시간만에 길위에 멈춰섰다.
오사카의 명물이라는 타코야키를 먹은 후에는 일본음식에 대한 두려움마저 생겼다. ㅡ..ㅡ
우리는 신사이바시 정도까지만 가보려던 원래 계획에서
우메다까지 ‘걸어가’보기로 결정했다.
기타하마
– 기타하마
사람들로 북적이는 도톰보리와 신사이바시를 지나 한적한 큰 길로 들어서니까
다시 마음의 여유를 되찾은 것 같았다.
울렁거리던 뱃속도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조금씩 눈발이 날릴 때쯤 중앙공회당 건물에 도착했다.
원래는 교토가는 날 오면서 보려고 했던 건물인데 오늘 여기까지 와버렸다.
중앙공회당
– 중앙공회당 앞에서
서울역이랑 닮은 것 같다.
1918년에 지어진 건물이라고 하니까 닮은 게 오히려 당연할 수도 있겠다.
그곳에서 조금 더 걸어 우메다에 도착했다.
우메다
– 우메다의 HEP FIVE와 관람차
토요일 저녁, 오사카에서 가장 혼잡하다는 우메다역 부근은
사람들로 넘쳐났다.
HEP FIVE, HEP NAVIO 같이 특이하게 생긴 빌딩에 들어가보고
한큐 32번가에서 시내가 한눈에 보이는 경치도 구경했지만
오히려 처음 전철에 내려서 구경했던 덴가차야역 근처나
우메다역까지 걸어온 한적한 길이 더 좋았다.
실망한 우리는 우메다에서 저녁을 먹고 발걸음을 숙소쪽으로 돌렸다.
저녁밥은 다행히 가격도 적당하고 입맛에 잘 맞아서 기운백배하고 길을 나섰다.
전철로 5정거장 되는 거리를 걸어왔는데
돌아갈 때는 전철을 탈까말까 고민하다가 끝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다음날 아침 쑤시는 다리, 허리 때문에 전날의 결정을 후회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한참을 걸어왔던 그 길의 느낌을
그 후로는 느낄 수 없었던 것 같다.
그 다음부턴 프리패스로 짧은 거리도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왔으니까.
오는 길에 도톰보리에 다시 들러서 구경하고 숙소에 도착했다.
토요일 밤, 아직 10시도 채 안 된 일본 거리는
한국의 새벽 거리처럼 한산했다.
상점들도 8시정도만 되면 거의 다 문을 닫는다.
그리고 아침에는 그만큼 일찍 문을 여는 것 같다.
우리도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한다.
내일은 가야할 곳이 많다.
포효하는 창섭
– 도톰보리 glico 네온사인 앞에서 창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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