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에서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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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쌓아두었던 책 중에 가장 먼저 읽은 책이다.
오빠가 빌려 준 ‘싱가포르행 슬로보트’가
넘 재밌어서 얼른 집어 든 ‘프라하에서 길을 묻다’…
앞서 읽은 책과는 분위기나 어조가 많이 달라 속도가 나질 않았다…
그치만 조금씩 지은이의 혼잣말들과 사진들이 내 가슴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단지 사진일 뿐인데…
2006년 1월엔 내가 그 장소에 어떻게 있었는지
기억을 떠올리다 보니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2006년 1월…
독일의 베를린-드라스덴-프라하로 들어간
지은이와 달리 난 뮌헨-프라하 루트를 택했다.
사실 드라스덴 루트가 훨씬 끌렸었지만
기차 시간이 맞지 않다보니…
그야말로 몸이 구겨지는 밤기차를 타고
8시간 정도를 달려 이른 새벽 프라하에 도착했다.
역에 도착하자마자
맥가이버 칼을 흔들며 썩소를 날리는 노숙자… 옴마야~
옹기종기 모여 한국 민박집 아저씨를 따라가는 한국인들…
정말 이때만큼은 무리들이 그렇게 부럽더라…
손발이 얼어 감각이 없을 정도의 추운날씨에 눈발이 날리는 게슴치레한 날씨…
어두운 하늘과 딱 어울리는 우중충한 건물, 십자가…
그리고 인적없는 거리엔 배낭하나 짊어진 초췌한 여행객…
바로 나… ㅋㅋㅋ
고딕건물이라지만 유령 나올 것 같은 으스스한 건물의 유스호스텔…
에티켓은 집에 두고 왔는지 버릇없고 너구리같은 미국애들…
그리고 체력은 바닥이나 이겨보겠다고 토마토를 아득아득 먹고 있는 여행객…
바로 나…ㅋㅋㅋ
정말 프라하에서의 첫날은 온몸이 경직되서 두통이 올 지경이었다.
누가 프라하를 낭만의 도시라 했던가!!!!!!!!!!
라고 여행일기에 꾹꾹 눌러 느낌표 10개를 찍어댔던 기억이 난다.
겁많고 두서없는 프라하 여행은…
그래도 나에게 있어 ‘나’와 ‘나’의 대화가 충분했던 것 같다.
그걸 위해 나홀로 여행을 했지만 말이다…
책을 다 읽은 어제는
“왜 지금은 나 이렇게 많이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짠하고 울렁거렸다.
하지만…
하루가 지난 오늘은…
더 잘할 수 있다는,
더 힘이 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인지
이상하게도 상상만으로 즐겁다.
그때 빼곡하게 적어놓고 모아둔
지도와 일기를 보며 나도 모르게 그냥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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