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hor: Kwangsub

  • 세상물정의 사회학

    아이러니하게도 책 읽을 여유가 없을 때에도 한 달에 한 두 권씩은 책을 구입했었는데, 상대적으로 책 읽을 여유가 생긴 요즘에는 책을 거의 사지 않고 있다. 되돌아보면 책을 읽을 시간이 없다는 강박(핑계에 가깝지만)을 책을 고르는 것으로 해소해왔던 셈이다. 그래서 밀린 숙제를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고 있다. 나의 불행의 근원이 모두 기구한 팔자 때문이라고 믿게 만드는 환등상의 불을…

  • 2016년

    2015년은 우리 가족에게 큰 일이 많은 한 해였다. 나는 7년 넘게 다니던 회사를 나와서 작은 외국계 회사로 이직했고, 시아는 여름에 폐렴을 크게 앓아서 응급실과 입원실에 한동안 머무르기도 했다. 폐렴 때문에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가족과 함께 했던 노르웨이 출장은 미국 여행과는 다른, 삶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을 갖게 만들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삶인가?’하는 것은 이직한 이후로 퇴근길마다…

  • 2014년

    그동안 찍어 놓은 가족 사진을 보고 있으면 시아가 부쩍 컸음을 새삼 느낀다. 아이의 성장에 놀랍고 기쁘면서 한편으로는 이렇게 작고 귀여운 시절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 아쉽기도 하다. 그래서 2014년에는 틈틈이 시간을 내서 사진도 많이 찍고 나들이도 가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아이의 삶의 밀도는 어른의 그것보다 훨씬 높아서, 그 때마다 달라지고 성장한 모습에 놀라곤 한다. 새해에는 나도…

  • 신해철

    9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냈다면 신해철 노래와 관련된 추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야간 자율학습이 끝나고 집을 향하던 조용한 골목길을 떠올리게 하는 ‘일상으로의 초대’. 군대 문제 진로 문제로 고민 많던, 그래서 함께 하는 친구들이 소중했던, 그 겨울에 왠지 모를 위로가 되었던 ‘민물장어의 꿈’. 버려진 카세트테이프와 함께 잊고 있었던 학창시절의 꿈을 생각나게 해 준 ‘영원히’. 친한 동네 형처럼…

  • 봉하마을

    맞다, 진해에서 한다고 했었지? 친한 친구가 진해에서 결혼을 한다고 연락을 해왔다. 시아 데리고 주말에 강원도로 놀러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참에 오랜만에 부산에 가보기로 했다. 연말에 생각치 않게 봤던 영화 ‘변호인’의 여운이 아직 남아서였는지, 숙제처럼 남아있던 책장의 책 때문이었는지, 정현이도 나도, 아무 이유없이 봉하마을에 가보고 싶었다. 그래서 부산에서 오는 길에 봉하마을에 들렀다. 맞다, 처음 부산에 가서 생각치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