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첫날이라 그런지
낯선 곳에서의 첫잠이어서 그런지
밤새 뒤척이다 6시쯤 일어났다.
어젯밤에 만난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도
히메지를 간다고 해서 같이 움직이기로 했다.
오늘 볼 것은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히메지성과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인 아카시 해협대교
그리고 백만불짜리라는 고베의 야경.
우메다에서 히메지로 가는 전철은 급행을 탔는데도 한참을 갔다.
꾸벅꾸벅 졸면서도 가끔 눈 뜰 때 지나가는 풍경을 보면서 느낀 건
야구장이 참 많다는 것.
이른 아침이었는데도 야구 경기를 하는 학생선수들이 멀리서 어렴풋이 보였다.
히메지 가는 길에 정차한 고시엔(갑자원)구장도 야구 생각을 더하게 했다.
그리고 이어서 생각나는 4번타자 왕종훈, H2… ^^
1시간 반을 달린 전철은 종착역인 히메지역에 도착했다.
일요일 아침. 상쾌한 공기와 조용한 도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 히메지역에서 승무원과 함께
아침을 먹지 못해서 일단 역 근처에서 식사할 곳을 찾았다.
역사 안에 있는 우동집에 들어갔다.
자판기에서 식권 비슷한 것을 뽑아서
주방에 주면 해당 음식을 주는 방식으로 되어있었다.
어제 저녁을 먹는 식당도 똑같은 방식이어서
능숙하게 주방에 있는 아저씨에서 종이를 주었다.
다들 아무일 없이 요리를 잘 주문했는데
내 차례에서 문제가 생겼다.
주방장 아저씨가 내가 낸 종이를 받자
부드러운 목소리로 @!%^$#!#$~? 라고 물어보는 것이었다.
엥?
그냥 주면 되는 것 아니었나.
몇 번을 눈빛과 손짓으로 대화한 후에야
내가 시킨 메뉴가
뭔가 더 선택해야 하는 메뉴라는 걸 알았다.
우동이랑 모밀 중에서 선택하고
그 안에 들어가는 튀김 종류도 선택한 후에 주문이 끝났다.
휴우~
JR히메지역에서 여차저차해서 자전거를 무료로 빌리고
일행 넷이 자전거를 타고 히메지성을 향해 달렸다.
멀리 히메지성이 보인다.
오늘 날씨 정말 좋다.
– 히메지성 앞 횡단보도에서
구름이 많아서 화창한 날씨는 아니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사진이 잘 찍힐 것 같은..
그런 날씨였다.
히메지성이 있는 공원에 들어선 우리는
서로 표현은 안했지만 다들 기분이 한껏 들떠있는 것 같았다. ^^
– 히메지 공원
– 창섭이와
히메지성 입구에서 표를 끊고 성내로 들어가는데
또 한 번 난관에 부딪혔다.
갑자기 일본인 할머니께서 나에게 다가오시더니 @7$%&^@~!@#~? 라고 물어오시는 것이었다.
여행 내내 나랑 동생이 외워서 말할 수 있는 일본어는 딱 세가지였다.
1. 나는 한국사람입니다.
2. 이거 주세요.
3. OOO가 어디입니까?
나는 잠시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나름의 일본어로 대답했다.
할머니는 스미마셍~ 하시면서 부끄러우신 듯 얼굴이 발그레해지시며 황급히 사라지셨다.
좀 전의 대화는 아마도..
할머니 : 저기 학생, 좀 전에 히메지성에 올라갔다가 지금 내려오는 길인데
출구가 어디에 있는 지 모르겠네.
학생 혹시 아는가?
나 : 나는 한국사람입니다.
할머니 : 앗, 죄송.
다시 생각해보니까 조금 민망하다.
우리 뒤를 이어서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단체관광객들이 밀려오고 있어서
조금 서둘러서 히메지성에 올랐다.
성 뒤를 돌아서 성 앞으로 들어섰을 때 떡하니 서있는 히메지성은 정말 멋있었다.
기품이 있다고 하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이런 느낌이면 내일 교토에서 유적지를 조금만 가보려는 계획을 조금 수정해야 할 것 같다.
– 히메지성 앞에서 우리 일행 & 전통 복장을 하고 있던 직원
– 히메지성 안에서 바라본 풍경
성을 내려와서 다시 돌아가는 길이 아쉬울 만큼
히메지성과 공원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지고 상쾌해지는 장소였던 것 같다.
아침에 빌린 자전거도 이런 기분을 갖게 하는데 한 몫 한 듯하다.
아쉽지만 오늘 이동할 거리가 길기 때문에 서둘러서 다시 역으로 향했다.
다음 장소는 아카시대교가 보이는 마이코공원.
– 히메지성 앞. 역과 성 사이를 운행하는 셔틀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