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Sports 2.0 에 실렸던 기사를 보고 가고 싶다 했었는데
모처럼의 휴일을 맞이해서 정현이와 함께 천안으로 향했다.
* 전시 사진은 www.arariogallery.com 에서 가져옴.
– Lepus Animatus
– 골격이 최선의 反語
아니마투스(animatus)는 애니메이션의 라틴어 어원이다. ‘움직임, 생명을 불어넣다’는 뜻이란다. 이형구, 이 삐딱한 예술가 양반이 그 대목에서 떠올린 아이디어가 뭔고 하니,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주리라’였다. 그리하여 버스 버니의 앞니, 도날드 덕의 부리, 로드러너의 다리 따위를 해부학적으로 몹시 탐구한 뜻에 이런 가짜 골격을 만들었다. 실존하지도 않는 가상 캐릭터 벅스 버니를 마치 녀석의 화석인양 근사하게 이어붙인 뼈조각을 앞세워 하루아침에 실존 동물로 만들어 주는 식이다. 학명도 근사하게 하나 만들어 붙여준다. 레푸스 아니마투스 (Lepus Animatus). Lepus는 라틴어로 토끼라는 뜻이라나. 제법 그럴듯한 해부학 드로잉까지 그려낸 작가는 꼬박 1년 반 동안 이들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있지도 않은 몸뚱이와 씨름하며 가공할 디테일을 구현했다. 참 진귀한 구경이 될 거다. 10월 8일까지. 아라리오 천안.
[Sports 2.0] 2006.09.11일자 p.91
아주 어렸을 적에 독립기념관 가느라 잠깐 들렀던 이후로
천안은 처음이었다.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천안버스터미널에 도착.
그 때의 기억과는 다르게 거리가 깔끔하고 분위기 있었다.
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있는 갤러리는
도심 한가운데서 예술적인 포스를 맘껏 풍기고 서있었다.
After Seeing’허상’의 ‘실제’를 만든다는 것.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토끼나 고양이 같은 ‘실제’ 동물을 본따서 만든 허구 아닌가.
실제(토끼) -> 허상(벅스 버니) -> 실제(Lepus Animatus)
하지만 실제 Lepus Animatus를 보면서 떠올리는 생각은
‘이건 벅스 버니를 만든거네’하는 것이다.
작품엔 이게 벅스 버니라는 아무런 언급이 없는데도 그렇게 생각한다.
단지 토끼와 닮은 뼈대일 뿐인데.
그래서 작품을 보면서 하는 생각은 위와는 다르다.
실제(Lepus Animatus) -> 실제(토끼) -> 허상(벅스 버니)
– Anas Animatus
– A01
정말 엄청난 디테일과 치밀함이다.
전시 끝나고 한동안 머릿속이 복잡해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