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바닥만 보고 걷지 말고
앞을 보고 걸으라고 어머니께 자주 꾸중을 들었었다.
지금도 습관처럼 보도블럭 색깔에 맞춰 걸으려고 총총 걸음 걸을 때도 있다.
빨간 블럭만 밟고 가려고 다리 뻗어서 흰 블럭을 뛰어넘는 건
다들 한번쯤은 해 본 경험 아닐까? ^^
나도 나름대로 바닥에 조예가 깊다고 생각하였으나
바닥에서 미학적 사회적 의미를 찾아내는 글들을 읽으면서
이제 바닥 탐구는 그만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후후~ ^^
정말 감동받았던 것은 동경의 보도블럭과 맨홀뚜껑이었다.
주택 살 적에 아버지를 도와서 보도블럭을 깐 적이 있는데
블럭 하나가 안 들어가는 모서리에 맞춰 블럭을 쪼개는 일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우리는 언제쯤 보도블럭 하나에도 장인정인이 느껴지는 길을 걸을 수 있을까?
눈에 띄는 랜드마크나 기념비를 지으면서 수준 높은 디자인을 성취하는 일은 의외로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어느 정도 이상의 자본이 투자되어 세워지는 건물들에는 평균 이상의 품질이 어렵지 않게 확보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상적인 삶이 담기는 평범한 장소들의 디자인 수준을 높이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좋은 디자인에 대한 가치가 밑바닥부터 공감되어야 하고, 사소한 곳에도 적지 않은 자본이 투자될 수 있을 정도의 경제 규모가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p.142)
나는 바닥에 탐닉한다
천경환 지음 | 갤리온 | 2007